#채식주의자 #중단편소설 #연작 #채식주의자해석

* 한줄 요약
평범한 여자와 결혼한 평범하기를 원하는 남성,
평범하기만 한줄 알았던 아내가 어느 날 '채식주의자'가 되기를 선언하면서
그의 일상은 더이상 평범하지 않게 변화한다.
* 감상
이 책의 도입부를 처음 읽은 날 낯선 여자를 죽이는 꿈을 꾸었다.
나는 마치 고기를 취하듯 여자에게서 살점과 다리와 팔을 분리해 자루에 담고 있었는데
한참을 고기 취하는 일에 열중해 있다가 고개를 드니 여자가 멍한 얼굴로 시선만 굴려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앙상하게 말라 이미 거죽만 남은 여자에게서 눈빛만은 형형했다.
여자의 눈을 마주한 순간 그제야 죄책감과 두려움이 들었다.
나는 여자의 눈을 찔러도 보고 더욱 난도질도 해 보았지만, 그럼에도 여자의 눈은 끈질기게 나를 쫓아왔다.
나는 여자가 나를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을 포기하고 공범과 합세해 여자의 분리된 상체와 하체를 질질 끌고 양지바른 곳을 찾기 시작했다.
좋은 곳에라도 묻어줘야 여자가 나를 저주하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나는 여자를 묻는 것에 성공했다.
그제야 여자의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잔인한 꿈을 꾸었는데도 '영혜'와 다른 점은 나는 채식주의자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소설 속의 아내, '영혜'가 채식주의자가 된 것은 그녀의 말처럼 '꿈을 꾸었기 때문'은 아니라는 소리이다.
그렇다면 과연 '영혜'가 채식주의자를 선언한 이유는 무엇일까?
* 줄거리
줄거리는 간단하다.
평범한 남성인 주인공은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는 과제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렇기에 자신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한 마디로 말하면 만만한 여성을 골라 결혼하게 된다.
그 여성이 바로 '영혜'이다.
영혜는 주인공이 한 눈에 파악한 대로 평범한 여성이다.
아버지는 베트남 전쟁에서 공을 세운 가부장적인 남성이고
그녀는 그런 가정의 둘째로, 요구가 없는 아이로 자랐다.
그래서인지 결혼하고 나서도 남편의 끼니를 챙기고 집안일을 묵묵히 하는 등
주인공이 원하는 전형적인 아내 상을 보여준다.
그러던 아내가 어느 날 돌연 '채식주의자' 선언을 한다.
정확히는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러며 냉장고에 있는 모든 육류를 버리기 시작한다.
그것에 더해 아내는 주변인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답답하다는 이유로 속옷을 착용하지 않고 어떤 때는 상의를 '덥다'는 이유로 입지 않고 있다.
결국, 남편은 아내의 기행을 막기 위해 아내의 시댁에 연락하게 된다.
장모, 장인 어른에게 전화로 사실을 알리고 아내의 언니(처형)에게도 사실을 알린다. 처남(아내의 남동생)에게
전화할까, 하다가 그건 과한 듯해 그만 둔다.
시댁에서는 가족 모임을 기회삼아 아내에게 잔소리하며 고기를 강제로 먹이려 한다.
그러나 아내는 거세게 저항하고 과도를 들어 손목에 자해해 병원에 입원,
그곳에서 장모(아내의 어머니)는 흑염소 즙을 '보약'으로 속여
결국, 아내가 흑염소 즙을 한 입 먹게 한다.
그러나 아내는 억지로 먹은 것을 전부 게워내고 흑염소 즙을 버리려고 했다가
병원에서 다시 소동이 일어난다.
다음 날 아침, 주인공인 남편이 눈을 떴을 때 아내는 옆에 없었다.
아내를 찾아 밖에 나간 1층 정원에서 상의를 벗은 채 드러낸 아내를 마주한다.
아내의 입에는 립스틱처럼 피가 번져 있고
아내의 움켜쥔 손에는 이에 물어뜯긴 듯한 새가 들려 있다.
* 해석
<영혜란 어떤 사람인가?>
생각보다 짧았다.
그래서 아쉬웠고, 다 읽고 나서는 이게 무슨 이야기야?
하는 생각을 했다.
읽는 내내, 그리고 도입부를 읽고 꿈을 꾼 후 느꼈던 감정은
여자가 무엇인가를 꾹꾹 참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내가 꾼 꿈에서 나는 주인공인 남자였다.
그리고 '영혜'는 내가 죽인 낯선 여자였다.
멍한 얼굴로 자신의 살점이 뜯어져 나가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던 여자.
'채식주의자'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우선 '영혜'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야 한다.
짧은 소설에서는 친절하게도 영혜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 주고 있다.
남편이 본 영혜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
딱 평범한 여성.
자신이 들이대도 괜찮을 것 같은 여성.
한 마디로 만만한 여성이다.
또한, 영혜의 아버지는 가부장적으로
영혜는 둘째로 자라면서 '요구가 적었던'아이였다.
그런 영혜가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반항하니 아버지는
영혜의 뺨을 두 차례 때리고 팔을 잡아 억지로 고기를 먹이고자 하는
수고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서 영혜가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꿈을 꾸기 전 사건>
영혜가 채식주의자가 된 이유에 대해서 '꿈을 꿨어.'라고 답한다.
하지만, 나 역시 잔혹한 꿈을 꾸었지만, 아침에 일어나 햄을 구워먹었다.
결국, 영혜가 채식주의자 선언한 것은 꿈을 꾸었기 때문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설에 등장하는 '꿈'은 영혜의 변화 이유를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영혜가 꿈을 꾸기 전 있었던 일에 주목해야 한다.
영혜가 여느 때처럼 식사를 준비 했고, 그에 대해 남편은 구박하는 언사를 취한다.
하나의 에피소드지만, 이와 비슷한 일은 그가 남편과 함께 사는 내내 몇 번이고 있었을 것이다.
또한, 조리 과정에서 칼 조각이 들어가 그것을 남편이 먹을 뻔한 과정에서
그녀는 소리치는 남편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침착해 진다.
그러며 무엇인가 깨달은 듯 하다.
자신이 남편에게 지닌 감정이 애정도 뭣도 아니며
심지어는 남편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자신.
또, 어쩌면 칼 조각이 들어간 것을 알면서 그대로 음식을 내간 것일 수도 있겠다.
<영혜가 꾸는 꿈>
이 일 후 영혜는 예의 꿈을 꾼다.
그 꿈에서 영혜는 죽는 사람이기도 하고 동조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죽이는 사람이기도 하다.
사람이 나오기도 하고 짐승이 나오기도 하다.
공통점은 그들이 '고기'로 등장한다는 것이고
하나 같이 피가 낭자하는 잔인한 꿈을 꾼다는 점이다.
그런 꿈을 꾸고 나면 고기를 먹기 싫어질 수도 있겠다. (ㅋ.ㅋ)
<채식주의자가 된 이유>
영혜와 그녀가 꾼 꿈을 통해서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녀는 어렸을 적에는 아버지에게, 자라고 나서는 남편과 살며
어떤 부분의 욕구를 꾹꾹 눌러 참고 살았다.
아마 그녀 본 모습으로 자유롭게 사는 대신 딸의 역할, 아내 역할을 하면서
자유롭게 욕구를 충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평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한다.
이 때 고기는 '그녀의 욕구' 가 되고 그 욕구를 참고자 하는 의지가
'고기를 먹지 않는 것' , '채식주의'로 나타났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정말 고기를 먹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다.
꿈에서 그녀의 입에는 피가 흥건하고 그녀는 배가 터지도록 고기를 먹고는 했으니까.
자꾸만 꿈에서 현실로 뛰쳐나오려고 하는 욕구를 참기 위해
그녀는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새를 먹는다는 것은? 새를 먹은 이유>
하지만, 결국, 그녀가 내내 참던 욕구는 현실이 되어 튀어나오고 만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에게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 하면서
'한 번 맛보면 다시 먹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것을 결국 어머니의 흑염소 즙이 터뜨리고 말았다.
채식주의자를 선언한 이후 처음으로 흑염소 즙을 한 입 마신 그녀는
새를 뜯어먹는 면모를 보여준다.
이는 뛰쳐나오려고 하는 자신의 욕망이
한 번 물꼬를 틀면서
결국에는 튀어나오고야만 장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고기의 의미>
그녀는 자신이 이제껏 먹은 고기가 자신의 명치에 남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속옷을 입지 않고 종국에 가서는 덥다는 이유로 상의를 아예 탈의하는 모습을 보여주신다.. (ㄷㄷ..)
그녀가 이제껏 먹었던 고기들.
아까 고기를 '욕망'이라고 해석한 것을 토대로 보면
아마도 자신이 이제껏 삼켜왔던 '욕망'들이 그녀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것을 직관적으로 속옷을 입지 않음, 상의를 걸치지 않음 등의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페미니스트>
관점에 따라서는 여성주의 시각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듯하다.
<프로이트의 꿈>
프로이트는 인간이 꾸는 꿈이 무의식을 반영한다고 보았다.
그랬기에 문제 행동을 보이는 이들의 꿈을 해석하고자 했다.
정신분석학 관점에서 본다면 '영혜'의 꿈은 그녀의 무의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해석하기 나름에 따라 재미있게 읽힐 듯하다.
여러 방면으로 해석할 수 있는 책을 좋아해서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 책 속 문장
"더워서 벗은 것뿐이야. 그러면 안 돼?"
그러면 안 되냐는 물음이 자신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면 안되냐고 묻는 듯하다.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날 살릴 수 없어. 날 숨쉬게 할 수 없어."
이 문장은 아무도 자신의 인생에 대해 개입할 수 없고
자신밖에 자신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한번만 먹기 시작하면 다시 먹을 거다."
그녀 아버지가 강제로 고기를 먹이려 하면서 말한 문장이다.
처음에는 별 생각 안 한 문장인데, 마지막에 그녀가
흑염소 즙 한 입으로 돌변하는 장면을 보고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별개로 61페이지의 아버지와 관련한 에피소드는
그녀와 아버지의 관계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왜 나는 그때 놀라지 않았을까. 오히려 더욱 침착해졌어."
그녀가 조리 과정 중에 빠뜨린 칼조각을 남편이 먹고
죽을 뻔했다고 소리치는 과정에서 '영혜'가 한 생각이다.
* 나름대로 해석했지만, 작가의 말을 보지 않고 나 혼자 해석한 것 뿐이다.
매우 주관적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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