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계기
도서관에 갔다가 청소년 문학 코너에서 발견했다. 살짝 읽었을 때 문체가 마음에 들어 고르게 되었다.
빌리기 전에 살짝 고민했는데 결과적으로는 함께 빌린 다른 책 중 가장 재미있었다.
고민한 이유는 표지가 어쩐지 일본 도서 같은 느낌이 낫기 때문.
표지에는 '소설'이라는 명시만 있어서 소설인 줄 알았으나 소설집이었다. 첫 소설이 끝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원래 소설집은 잘 보지 않고 즐기지 않는 편인데 재미있었다.
문체가 간결하여 술술 읽혔기 때문이다.
**줄거리
- 곰의 부탁
첫 소설은 대표 제목인 곰의 부탁이다. 등장인물로 곰과 양, 주인공이 나온다.
본래 주인공에게 부탁하는 법 없던 곰이 어느 날 바다에 함께 가달라고 부탁한다.
주인공은 겨울의 바다가 추워 거절하려 하지만, 곰이 처음으로 하는 부탁이어서 바다에 간다.
처음에는 곰이 주인공을 좋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주인공도 곰에게 어느 정도 호감이 있는 듯보였다.
하지만, 여행을 가는 것은 단둘이 아니었고 '양'이라는 등장인물과 함께 하는 것이었다. 곰은 양에게 친절히 대하고
양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때 양은 당연히 여자라고 생각했다. 평소에 편견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양의 성별을 이야기 안의 다양한 단서를 통해
알게 되면서 나한테도 편견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 12시 5분 전
청소년이 경험할 수 있는 이성 교제와 낙태 등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은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다.
매번 남자친구가 바뀌었다. 그러던 중 처음으로 진심을 다해 좋아하고 마음에 들어하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친구가 소개해 준 남자 아이로 그 아이와 놀이동산에 가 100일에 직접 만든 도시락을 선물한다. 남자 아이는 주인공에게
지갑을 선물한다.
지갑을 받아 기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당장 새 지갑으로 돈과 카드 등을 옮기던 중 둘의 앞에 콘돔이 떨어진다.
남자아이는 그것을 보고 아무 말없이 집으로 향한다. 이후 둘은 헤어지게 된다.
콘돔은 주인공의 사촌 언니가 그녀에게 조심하라며 준 것이었다.
3. 헬멧
마음에 남았던 소설이다. 헬멧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남학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아는 여자 아이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피자 집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 사장님은 항상
아이에게 헬멧을 쓰고 가라고 권한다.
하지만, 배달 대행 업체가 생기면서 아이는 한 달에 돈을 300만 원 정도 벌 수 있다는 말에
방학에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마침 한 명이 아파 나오지 못하는 바람에 공석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누구도 헬멧을 쓰라고 잔소리하지 않는다. 좁은 골목을 지나가기 위해 사이드 미러를 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하는 연습을 한다.
일하던 중 아이는 자신 전에 있던 사람이 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비가 오는 날이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다고 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돈이 꼭 필요했기에 그럴 수도 없다.
다시 피자 집을 찾았지만, 사장님은 그에게 이제 시대의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며 잘 했다고 말한다.
돌아갈 곳이 사라진 소년은 결국, 다시 배달 대행 업체로 돌아간다. 그러나 스스로 헬멧을 찾아 머리에 쓴다.

"아저씨 옆에서는 일하는 게 무섭지 않았다."
라는 문구가 시선을 끌었다.

결말이 씁쓸하면서도 여운을 주는 편이다. 슬픔을 담담한 문체가 전달하고 있어 더욱 와닿는다.
4. 람부탄
람부탄은 난민에 대하여 다룬 이야기이다. 청소년 문학에서도 조금은 생소한 이야기였기에 흥미로웠다.
사실 난민을 주제로 다룬 소설을 읽어 본 것은 처음이다.
난민인 아이는 자신에게 람부탄을 준 남자 아이를 좋아하게 된다. 소녀에게는 친구가 있으며 그 친구 역시 난민이다.
소녀의 친구는 함께 남자 아이가 일하는 가게에 놀러가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약속한 날 친구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녀가 부모님과 다른 나라로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녀는 울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게 소녀는 홀로 가게에 찾아가 음식을 주문한다. 하지만, 남자 아이는 소녀를 단지 불쌍해 챙겨주던 것이었고
자신의 지인과 소녀에 대하여 안 좋게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5. 언니네 집
처음에는 토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때문에 갈피를 잡기 어렵다고 여겨졌으나
이야기가 진행되며 소녀와 언니의 이야기에 대입되면서 주제를 찾을 수 있던 이야기였다.
묻지마 폭행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 폭행에 용기를 내 맞서는 이야기이다.
소녀와 언니는 주택에서 토끼 두 마리를 키웠다. 그곳은 고양이가 많이 살던 지역이다. 하얀 토끼와 갈색(?) 토끼였는데
하얀 것은 소녀가 갈색은 언니가 길렀다.
언니는 토끼가 우리에만 있는 것이 답답해 보인다면서 가끔 문을 열어주었고 갈색 토끼는 신나게 나와
뛰어 놀았다.
하얀 토끼는 우리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느날 밤 우리를 어떻게 연 것인지 마당에서 놀던 갈색 토끼가 고양이에게 죽는다. 그를 지켜본 소녀는 엄마에게
사실을 알렸고 언니에게는 갈색 토끼가 자유를 찾아서 도망 간 거라고 이야기 한다.
그 후 하얀 토끼 역시 사라진다.
어렸을 적의 에피소드 이후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한 언니의 이야기가 나온다. 언니는 성인이 되자 바로 서울
에 나가 혼자 산다.
본가에도 잘 내려오지 않던 언니가 어느 날 소녀에게 방학동안 서울에 올라와 함께 지내자며 부른다. 올라와 본
언니의 팔에는 기브스가 있다.
그 외에도 언니에게는 이상한 점이 많았다. 밖에 나가지 않으려 하고 옥상에서만 가끔 체조를 했다.
그녀는 길을 가던 중 묻지마 폭행을 당했고 그 사고로 팔이 부러졌으며 이후 밖에 나오는 것을 겁내게 된 것이다.
하지만, 갈색 토끼가 죽던 것을 모두 지켜보던 하얀 토끼는 결국, 우리를 탈출해 먼 곳으로 향했다.
죽을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자유를 위해 용기를 내어 나아간 것이다.
6. 자물쇠 채우지 않은 날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년은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산다. 주변 사람들은 소년에게 영어로 말을 걸기도
하고 소년 어머니의 조국 이야기가 나오면 소년에게 묻는다. 하지만, 소년은 한국 사람이다.
소년과 어머니는 가게를 운영하고 할머니는 몸이 좋지 않아 요양 병원에 있다.
병원에서 할머니가 아프다고 급하게 연락이 온 날 소년은 가게 자물쇠를 채우다 말고 병원으로 간다.
그는 할머니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아마 그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계속하여 생각하고 이어주는 인물이 할머니였기 때문이지 않을까.


"나는 내가 여기 있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처음부터 당연한 것은 없었다."
라는 문구가 마음에 들었다.
외모로 인하여 편견에 시달리는 아이가 느끼는 슬픔에 대해 담담하게 서술하는 것이 좋았다.
7. 그 뒤에 인터뷰
제목을 보고 지금까지의 단편에 나왔던 등장인물들이 현재 어떻게 지내나 보여주는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새로운 소설 중 하나였다. 색다른 점은 인터뷰 형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소설이 대화체로 구성된다.
정현이라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에 대하여 어떻게 지냈는지 주변 인물들이 설명하는
구조로 전개된다.


**감상
문체가 좋았다.
간결하면서도 담담하게 서술하는데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참 많았다.
특히, 단편 소설의 짜임이 좋았다. 단편 소설은 자칫 짧은 이야기 안에 모든 내용을 담느라
지나치게 길고 지루해지거나 어정쩡하게 결맺음을 하는데
이 소설은 여운을 주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허무하면서도 슬프게 이야기가 끝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을 극단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즉,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엉엉 울고, 누군가는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의
이야기로 치닫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우리의 일상에서 있을 법한 표현과 있을 법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처럼 일상 이야기를 하는 책을 좋아하는데 지루할 수 있는 일상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전달하는 것이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간결하고 담담하기에 오히려 더 슬픔이 느껴지는 도서였으며
잘 읽히는 문체이기에 읽어볼만한 소설이다.
곰의 부탁과 헬멧, 자물쇠 채우지 않은 날이 감명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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