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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도서 리뷰] 쉼터에 살았다 - 하람

by 꼬랑이 2023.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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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칠 정도로 살고 싶었기 때문에 괴로운 거야."

"죽기 살기로 자신이 없다면 제 발로 낭떠러지에 몸을 던질 자유만 있는 삶."

22살에 청소년 쉼터에 들어가게 된 작가의 에세이 웹툰이다.

작가의 어머니는 열심히 살아온 커리어 우먼이다.

아버지는 결혼 후 가정을 잘 돌보지 않았고 어머니는 억세질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 있어서 아이에게도 지나친 완벽함을 강요하게 된다.

아이가 잘못했다는 이유로 심한 체벌을 한 것.

작가는 어머니의 심한 체벌을 경험하면서도 그것이 학대인줄 모르고 자랐다.

그러나 답답함이 있었고 세 번째 가출을 경험하면서 쉼터에 들어가게 된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부모님이 항상 엄하고 때리지만은 않는다는 것일 테다.

때리더라도 이후에 잘해주고 그런 비일관적인 모습을 보면 자녀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알기 어렵게 되고 판단의 기준이 부모님의 화가 된다.

결국, 부모님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면 '내가 잘못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점점 부모님의 비위를 맞추기 위하여 눈치를 보는 삶을 살게 된다.

주인공의 가장 어려웠던 점은 우울증이 아니었을까, 싶다.

주인공은 집에서 나와 혼자 살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잠깐은 괜찮았으나 곧 무기력함이 주인공을 감싸게 된다.

주인공은 일도 하지 못하고 방 안에서 씻지도 치우지도 못한 채 침대에 누워있게 된다.

그 이유에 대하여 주인공은 나름의 이유를 찾기 위해 애쓴 것 같으면서도

이유를 알지 못해 죄책감에 쌓인다.

아마도 어린시절부터 엄한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통제하는 대로 살았을 테고.

그 어머니의 통제에서 벗어난 후에 자발적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힘을 잃게 되지 않았을까.

주인공이 잠시 어머니의 집에 들어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는 오히려 열심히 기능하기도 한다.

결국, 주인공에게 있어 어머니는 자신을 괴롭게 하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주인공의 많은 부분을 통제하고 기능하게 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 때문에 더욱 혼란스럽고 정작 홀로 남았을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면서 괴로웠을 것 같다.

<쉼터에 살았다>를 읽으면서 청소년 쉼터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되어서 좋았으며

한편으로는 학대의 영향이 개인에게 오래 지속된다는 점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주인공의 경우 집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했지만,

오히려 집에서 벗어난 후 다른 문제들이 발생했다.

우리가 볼 때 학대를 받는 집에서 나오고 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쉼터에서는 가정 복귀를 최우선 목적으로 둔다.

하지만, 가정에 복귀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할 듯 싶고. 제도가 개선되어야 할 듯 싶다.

한편으로는 주인공이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이 이해되었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폭력을 홀로 마주했을 당시 딸이 깨어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딸에게 "그래도 일어나주지."라고 말하는 장면으로 어머니의 삶 역시도 단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주인공과 어머니의 가치관 차이와 살아온 삶의 방식이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게 하고

그 때문에 갈등을 해결할 수 없었던 부분은 조금 아쉽기도 했다.

그러나 어쩌면 어린시절부터 이어지던 고통이 있기에 갈등이 쉽게 해결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