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출간된 도서이다.
아동학대를 주제로 다루고 있으며 중학생 1학년인 '영유'가 주인공이다.
영유를 표현하는 물체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어항과 빨간 그네이다. 두 사물의 공통점은 모두 어딘가 답답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어항은 물고기를 조그만 틀에 가두고 빨간 그네는 철봉에 단단히 묶여있다. 어항 속 물고기는 아무리 열심히 헤엄쳐도 어항을 벗어날 수 없고
빨간 그네 역시 아무리 열심히 몸을 흔들어도 철봉을 벗어날 수 없다.
어항 속에 사는 물고기는 '영유'가 쓰레기장에서 주워온 아이로 제자리에서 매일같이 빙글빙글 돈다고 해서 '스핀'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스핀'은 힘이 넘치는 물고기이고 살고자 몸부림친다. 때로는 힘이 넘쳐서 어항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빨간 그네는 영유의 빌라 앞에 보이는 놀이터에 있다. 영유는 매일 그것을 보며 그네를 타는 날만 기다린다.
영유는 어머니와 함께 분리수거를 하는 날에만 나가서 그네를 탈 수 있다. 그 외의 시간에는 밖에 나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아버지가 도박에 빠져 빚을 졌고 어머니 혼자 그것을 갚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역부족이다.
어머니를 쫓는 사채업자들이 있기에 그들을 숨어 살아야 하며 영유는 밖에 나와서도 안 되고 학교도 다닐 수 없다.
어머니는 그것이 영유를 지키는 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술을 마시며 영유를 학대한다.
영유가 매일같이 빌라 안에서 지켜보는 빨간 그네 옆에는 끈이 끊어진 그네 하나가 있다. 그 그네는 몸을 열심히 흔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 결과는 끈이 끊어지는 것이었다.
발버둥치기 위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결과는 끈이 끊어진 죽은 그네가 되는 것이다.
스핀은 어항을 벗어나기 위해 계속하여 탈출한다.
하지만, 스핀이 어항 밖을 나가면 그를 기다리는 운명은 하나밖에 없다.
그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상황에서 현실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죽을 것을 알면서도 밖으로 탈출할 것인가.
영유는 '현재'라는 친구를 만나면서 점차 밖으로 나오게 된다.
'현재'는 괴롭힘을 당하고 있고 집에서는 어머니가 학업만 강조하며 공부를 잘하는 형과 현재를 끊임없이 비교한다.
현재도 친구가 없기는 마찬가지라 빌라에서 만난 영유와 대화를 하며 친해지게 된다.
영유는 현재와 친해지게 되면서 밖으로 나오는 일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밖은 영유에게 위험하다. 영유는 밥을 잘 먹지 못해 몸이 약하고 매번 도망다니는 삶, 숨어다니는 삶을 살아
세상 물정을 잘 모른다.
그럼에도 영유는 바깥의 매력에 빠진다.
종국에 영유는 현재와 함께 바이킹을 타러 가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고 놀이동산에 가 함께 바이킹을 탄다.
두렵지만, 손을 놓고 바이킹을 타면서 하늘을 만져본다.
아동학대를 당하는 아동 중 몇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자신의 입으로 말하고는 한다.
경찰의 도움을 받는 것도 꺼려한다.
자신을 학대하는 부모님이지만, 그래도 부모님이기에 그들 품을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 한다.
또 그들을 벗어나면 갈 곳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아무런 가족도 없이 나 홀로 세상에 남겨지는 일을 간단하게 택할 수 있을까.
자신을 가두어둔 곳은 달리 말하면 울타리이다. 그 울타리가 가시로 뒤덮인 것이라고 해도 울타리 안이 자신을 괴롭히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그것을 넘기로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우리도 우리를 가둔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때로는 그 울타리를 벗어나기 어려워 적당히 현실에 만족하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어항에 사는 소년>은 우리를 괴롭히는 문제에서 벗어날 용기를 주는 도서이다.
아동학대 문제를 다루지만, 그것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의 삶에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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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좋은 도서였으나 표지 때문에 읽기를 조금 망설였던 도서이다.
표지를 바꾸면 더 잘 될 것 같은..?
표지 그림체가 옛날 디자인이라 오래 전 책인줄 알았는데 2019년 출간된 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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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 글귀
"누가 꺼내 주지 않는 이상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솔직히 마지막에 영유가 자신이 기르던 물고기인 '스핀'을 어항 속에서 꺼내주어 넓은 강으로 보내줄줄 알았다.
하지만, 스핀은 결국, 어항보다 작은 페트병 안에서 죽고 만다.
그것을 보고도 영유는 밖으로 나가 현재와 바이킹을 탄다.
영유가 모든 위험을 알면서도 진정으로 두려움을 이기고 성장해 나감을 시사하는 장치라고 생각했다.
~
"어항이 옆으로 조금 밀려나면서 물이 위태롭게 넘실거렸다."
영유와 어항이 비유되는 장면이라고 본다.
어머니가 들어와 화를 내면서 어항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은 한편으로는 영유의 불안감이라는 감정을 드러내는 장치이며
또 어머니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영유의 감정 변화를 드러내기도 한다고 보았다.
~
"뭘 잘못해? 너는 네가 잘못한 게 뭔지 몰라. 아예 태어나질 말았어야지."
"순간 내가 잘못 들을 줄 알았다."
담담하게 슬펐던 장면이었다.
어머니의 폭언과 그것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순간 자신의 인지 능력을 의심하는 영유.
슬픔을 담담하게 표현하였으며 영유의 감정이 와닿았다.
~
"내일도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마지막 장면 즈음에 영유의 어머니가 영유에게 라면을 끓여주고 함께 자기 위해 이부자리를 편다.
영유에게 화장실에 다녀왔냐 묻고 자자고 말한다.
아주 일상적인 장면이었다.
어머니가 그에게 특별히 따스하게 대해준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영유는 "내일도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라고 말한다.
영유가 바란 것은 그저 평범한 일상이었다는 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
형의 상처를 영유가 손으로 가려주는 장면에서는 흉터와 멍이 서로에 의하여 가려지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준다는 것을 흉터와 멍을 손으로 덮는 장면으로 은은하게 표현했다.
이처럼 <어항에 사는 소년> 안에는 사물이나 상황 등에 빗대어 표현하는 장면이 많다.
그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해석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간접적으로 표현하거나 주제를 확장하여 생각해 보게 하는 도서를 좋아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어항에 사는 소년>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던 도서였다.
강리오 작가의 첫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는데 빛을 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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