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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책 추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 무라카미 하루키

by 꼬랑이 2023.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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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계기 및 잡담

원 제목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이며 '일각수의 꿈'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출간된 적이 있다.

원래는 하루키 소설 중 한국에서 유명한 '상실의 시대' 원제 '노르웨이의 숲'을 읽으려다가

그냥 왠지 제목이 끌려서 빌려 읽게 되었다.

1권 / 2권으로 나누어져 있고 합본판도 있다. 1권에 약 350 페이지, 400페이지 정도 .. 그게 두 권이어서

다 읽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ㅋㅁㅋ 거의 보통 책 3권에서 4권 정도.. 의 느낌..

하루키가 일본이나 한국 등에서 너무 유명한 작가라서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한 번도 읽어본적이 없고 처음 읽는 그의 작품이다.

사실 고전 소설들이 으레 그렇듯 검색하면 줄거리보다는 하루키에 대한 이야기나

기타 다른 이야기들이 많고 해석들이 많다.

그 때문에 어떤 이야기인줄도 모르고 단순하게 두 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되었다는

작가의 말만 보고 흥미가 생겨서 읽게 되었다.

하루키는 예전에 썼던 초본을 다듬어서 결말에 대한 생각 없이 썼다고 한다.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스스로도 알지 못했으나 어떻게든 이어졌다, 라고 하는데...

(와웅)

*줄거리 (스포주의)

 
 
 

작가의 말처럼 두 가지 이야기가 서로 다른 이야기로 시작하여 만나는 구조를 띤다.

그 때문에 복잡할 수도 있다.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는 문체 때문이다.

쏙쏙 쉽게 읽히고 또 비유적인 문장들이 찰떡이어서 긴데도 불구하고 읽는 재미가 있었다.

두 가지 이야기 모두 지루한 면이 없다.

어떤 때는 세계의 끝이 재미있을 때도 있고 어떤 때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가 재미있을 때도 있다.

*세계의 끝

먼저 세계의 끝부터 살펴보면 정말 세계의 끝이라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곳에는 죽음이 없고 마음도 없다. 완벽해 보이는 세상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

다만,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림자를 없애야 한다. 그림자를 완전히 없애고 죽인 사람만이 그곳에서 살아갈 수 있다.

세계의 끝에는 머리에 뿔이 하나 달린 양과 비슷한 짐승이 살고 그들만이 세계의 끝이라는 세상을 둘러싼 벽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일을 반복한다.

그 안에 존재하는 '나'는 어느 날 기억을 잃고 세계의 끝에 오게되고 자신의 '그림자'와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빛을 볼 수 없는 눈이 되어 대신 일각수의 두개골에서 '오래된 꿈'이라는 것을 읽는 '꿈읽기'가 된다.

그것이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단지 '원래 그런 것'이라는 말을 따르며 매일 도서관에 가 꿈을 읽는다.

'나'는 도서관의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여자는 이미 오래 전 그림자가 죽어 남자에게 같은 마음을 지닐 수가 없다.

'나'의 그림자는 날이 갈수록 약해지고 '나'에게 함께 세계의 끝에서 탈출하자고 한다.

'나'는 탈출할 것인지 좋아하는 그녀와 함께 영원하고 완전한 이곳에서 살 것인지 고민한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남성으로 그는 '조직'에 소속되어 '계산사'라는 일을 한다.

계산사는 정보를 지키는 보안 직업이라고 볼 수 있다. 정보를 다른 수치로 전환하여 암호화하는 것이다.

'조직'에 반하는 기관으로 '기호사'라는 직업이 있다. 이들은 '계산사'가 암호환한 정보를 훔치는 이들이다.

주인공은 '계산사'로서 셔플링이라는 무의식 세계에 접속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보를 암호화하는 기술을 지녔다.

이는 '조직'에서 수술을 통하여 얻은 기술이다.

그는 뛰어난 '계산사'로 어느날 한 노인에게 개인 의뢰를 받게 된다. 노인은 '조직'에서 잠시 금지 시켰던 '셔플링'을

남자에게 맡기고 남자는 그 '셔플링'을 한 날부터 이상한 일을 겪게 된다.

노인은 셔플링 기술을 개발한 이로 셔플링의 결함을 발견하여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남자를 대상으로 어떠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고

그러기 위해 마지막으로 셔플링을 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기호사와 야미쿠로에게 습격을 당하여 남자를 본래의 상태로 만드는 것에 실패.

주인공은 무의식 안에 있는 또다른 세계에 갇힐 위험에 처하게 된다.

*결말 해석

다 읽고 솔직히 결말이 뭘까, 잘 모르겠어서 검색을 해봤다.

그런데 이 도서에 대한 결말을 해석한 책만 10편이 넘는다고 한다.

작가 역시도 결말에 대한 해석을 모른다고 한다.

그렇기에 결국, 정답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마지막에 '나'는 결국, 무의식 세계 <세계의 끝>에 남는 걸 선택한다.

이 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그림자와 함께 탈출해서 본래의 세계로 돌아오고자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림자나 여자, 여자와의 성관계, 세계의 끝이라는 무의식 세계가 의미하는 바를

하나하나 해석하면서 읽지는 않았다.

해석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도 그냥 읽는 것 자체로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내 나름대로 해석을 해보면

그림자는 웅덩이가 세계의 끝에서 나가는 탈출구라고 했지만,

그게 정답이라는 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단지 그림자는 내가 나가고자 한다면 탈출구는 무조건 있다, 라고만 말했을 뿐이고

가장 유력한 것으로 웅덩이를 꼽은 것이다.

 

세계의 끝에서 '숲'은 그림자가 남은 이들이 머무는 곳이다.

그림자가 세계의 끝을 벗어났으나 죽지는 않은 이들이다.

세계의 끝에는 마음이 있는(그림자가 있는) 이들이 머물 수 없다.

그러나 한 번 들어온 이가 나갈 수도 없다.

그 때문에 그림자가 남은 이들은 숲에 모여 숨어 산다.

주인공은 그림자는 웅덩이

자신은 으로 가는 길을 택한다.

숲은 말했듯이 마음을 지닌 사람이 모인 곳이고

어쩌면 그곳이 현실 세계로 돌아가는 출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이곳이 자신이 만든 세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했기에 자신이 이곳을 책임져야 한다며 나가는 것을 거부한 것이다.

대신 숲에 머물면서 이곳을 책임질 예정인 듯하다.

결국, 주인공이 만든 무의식의 세계를

외면하고 현실로 나아갈 것이냐.

아니면 나의 무의식 세계를 인정하고 그것을 파헤칠 것이냐.

라는 두 선택지가 주인공 앞에 놓인 것이다.

전자는 웅덩이를 통해서 그림자와 나가는 것이고

후자는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무의식에 대하여 다룬 하루키의 본 작품은 보는 내내 프로이트의 이론을 떠올리게 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처음 다룬 이다.

셔플링을 통하여 무의식에 들어가고 그 무의식을 정작 본인이 눈치 채지 못한다는 작품의 소재 역시도

프로이트가 무의식에 접근하는 방식과 닮았다.

하지만, 결국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의식 수준으로 끌어들였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즉, 자신의 무의식에 있던 문제를 의식하게 될 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

문제를 문제로 보아야 해결할 수 있다.

주인공은 처음에는 단순하게 세계의 끝이 어떤 곳인지 알지 못한 채

그저 현실 세계로 돌아오고자 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무의식 세계에 대해 영원히 알지 못한다.

무의식 세계에서 그가 분리되어 의식으로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 세계 그 자체를 의식 세계와 합쳐 하나로 만들어야 진정으로 '세계의 끝'에서 나올 수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주인공이 숲으로 들어간 것은 자신의 무의식을 인정하고 더욱 파헤치고자 하는 것이며

그것이 진정 현실 세계로 돌아올 수 있는 탈출구였는지도 모른다.

확실히 열린 결말이고 결국, 주인공이 죽은 건지, 의식 세계가 '세계의 끝'으로 넘어가

영원한 무의식 안에 갇힌 것인지는 모르지만.

마지막에 그가 그림자에게 점점 현실의 기억이 떠오른다고 한 것을 보아

머지 않아 그는 무의식을 현실로 연결하여 결국, 탈출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때로 스스로 무의식에 대해서 알면서도 무시하거나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는 한다.

하지만, 한 번쯤 외면하지 않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물론 개인적 해석이고 결말에 대한 해석일 뿐이다.

전체적으로 작품이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결론은 내 해석은 주인공은 남는 길을 택했지만, 어쩌면 남는 길이 탈출을 위한

정답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당!